영화 죄 많은 소녀는 2018년 개봉을 한 작품으로 현실을 예견한 영화라는 말을 듣기도 한다. 2021년 한강 의대생 실종사건을 계기로 다시금 조명을 받으면서 생긴 말이다. 실종자와 마지막으로 만났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친한 친구가 의심받는다는 점과 무고함이 밝혀진 뒤에도 진실을 받아들이기 거부하고 계속 친구를 괴롭히는 고인의 유족들의 행동이 너무나 비슷하게 그려냈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같은 반 친구 경민이 실종된 후 마지막까지 함께 있었던 영희가 가해자로 지목되면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혹평이 많은 호불호 영화
잘 만들어진 영화라는 평도 있지만 의외로 혹평도 따르는 영화다. 불필요한 요소들을 가미하며 불쾌한 장면들이 있는 편이다. 소녀들의 소재에 모성애와 동성애 등 주제를 집약적으로 넣다 보니 영화의 해석이 어렵다는 반응이 많다. 게다가 피가 흥건한 생리대 장면이 불쾌감을 안겨주며, 수술 구멍에 손가락을 넣는 장면 등 자극적이면서도 불편한 장면들로 인해 영화에 집중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많다. 이러한 장면들이 일부 설정의 개연성 부족으로 연결된다. 그리고 엄마에게 잘못이 너무 많이 집중되어 있다는 점이 이 영화의 최대 지적 사항이기도 하다. 딸의 죽음을 마지막까지 받아들이지 못하고 영희에게 집착하는 장면은 너무 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인간의 무책임과 회피
평소 관심도 없던 학생들의 마녀사냥이 시작된다. 그저 마지막까지 경민과 함께 있었다는 이유하나만으로 영희에게 모든 죽음의 책임을 몰라가던 같은 반 친구들이다. 영희의 집 앞까지 찾아가 괴롭힌다. 평소 일하느라 바빴던 엄마는 경민과의 시간을 제대로 보낸 적이 없다. 그러나 딸의 죽음 앞에 죄책감을 영희에게로 돌리려고 한다. 딸의 죽음을 회피하고 딸의 억울한 죽음을 엄마의 모성애 가득한 모습으로 표현하며 그동안의 사죄를 표현하려는 것은 아니었을까? 모든 인물들이 경민의 죽음에 대한 원인을 찾으려고 하지만 오히려 나에겐 아무런 책임이 없다는 듯 회피하는 것만 같다.
인간의 죄의식과 책임
영희는 억울한 누명을 스고 있지만 그녈 역시 경민의 죽음에 책임이 있다. 경민이 죽고 싶어 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아무것도 하지 않았고 오히려 조롱했다. 죄 많은 소녀는 묵직한 메시지와 탄탄한 구성으로 호평을 받은 작품이다. 청소년의 성장과 한국 사회의 어두운 면을 동시에 조명하면서 관객에게 생각할 거리를 만들어 준다. 뿐만 아니라 죄의식과 집단적 몰이에 휩싸인 사람들의 모습도 보여주며 사회의 경종을 울린다. 다소 느린 전개로 전반적 진행이 잔잔하지만 강렬한 여운을 남긴다.